“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우리는 자신을 설명할 때 이 말을 생각보다 자주 사용한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나는 원래 소심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과거에 중요한 도전에서 실패한 경험 때문에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잘 안 되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과거의 경험은 현재의 나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다. 그러나 과거에 경험한 일이 현재의 나를 영원히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새로운 경험을 하고, 배우고, 환경이 달라지면서 생각과 행동 방식도 변할 수 있다.
따라서 내면의 진아를 탐구하려면 과거를 무조건 지우려 하기보다 과거를 통해 만들어진 자기 이미지와 현재 실제로 나타나는 나의 모습을 구별해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1. 우리는 과거의 경험으로 ‘나’를 설명한다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낯을 많이 가렸다.”
“나는 항상 중요한 순간에 실패했다.”
“나는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과거의 경험을 정리하고 현재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순간이 있다.
과거에 대한 설명이 현재의 가능성까지 제한할 때다.
예를 들어 과거에 발표에서 크게 실수한 경험이 있다고 해보자.
그 사건 자체는 과거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라는 결론을 만들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나의 경험이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바뀐 것이다.
자기관찰에서는 이 둘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발표에서 실패했다”는 사실과 “나는 발표를 못하는 사람이다”라는 자기평가는 같지 않다.
2. 과거의 나는 틀린 내가 아니라 그때의 조건 속에 있던 나다
과거의 자신을 바라볼 때 흔히 두 가지 극단으로 흐르기 쉽다.
하나는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면서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를 완전히 부정하면서 현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인 관점은 다르다.
당시의 자신은 그때 가지고 있던 경험, 지식, 감정 상태와 환경 속에서 판단하고 행동했던 사람이다.
예를 들어 10년 전 인간관계에서 했던 선택을 현재의 경험과 지식을 기준으로 바라보면 미숙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나는 지난 10년 동안의 경험을 추가로 가지고 있다.
당시의 나에게는 지금의 정보가 없었다.
따라서 과거를 바라볼 때는,
“왜 그때 그렇게 했을까?”
라는 자기비판에서 멈추기보다,
“그 당시의 나는 무엇을 알고 있었고 무엇을 두려워했으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라고 질문해 보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과거를 심판하는 대신 이해할 수 있다.
3. 기억과 현재의 현실을 구별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은 현재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에 누군가에게 크게 배신당한 경험이 있다면 새로운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을 쉽게 믿지 못할 수 있다.
이때 현재의 상대가 실제로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 때문에 현재의 상황을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강한 감정이 나타났을 때 다음 질문이 중요하다.
“나는 지금 일어난 일에 반응하고 있는가, 아니면 과거의 경험까지 함께 반응하고 있는가?”
이 질문의 목적은 과거의 영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기억이 서로 다른 정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다.
4. ‘나는 원래’라는 말을 관찰한다
과거의 자기 이미지가 현재까지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자신이 “나는 원래…”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를 관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나는 원래 끈기가 없어.”
“나는 원래 새로운 것을 못해.”
“나는 원래 감정 표현을 잘 못해.”
이런 문장이 떠오른다면 바로 믿기 전에 질문해 보자.
“지금도 항상 그런가?”
그리고 예외를 찾아본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끈기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는 일이 있는가?
“새로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최근 새롭게 배운 것이 있는가?
예외가 하나라도 있다면 자신의 오래된 정의가 현재의 모습을 완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5. 과거의 자기평가와 현재의 증거를 나누어 적는다
과거와 현재를 구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이 있다.
종이를 두 칸으로 나눈다.
왼쪽에는 ‘과거에 형성된 나에 대한 생각’, 오른쪽에는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증거’를 적는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다.
과거의 자기평가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말을 못한다.”
현재의 증거
“최근 소규모 회의에서는 내 의견을 세 번 이야기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과거의 자기평가
“나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항상 포기한다.”
현재의 증거
“6개월 동안 매주 새로운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이 방법의 핵심은 무조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자신을 현재의 증거로 다시 평가하는 것이다.
6. 과거의 실패를 정체성에서 사건으로 되돌린다
한 번의 실패가 강렬하면 사건이 정체성으로 바뀌기도 한다.
“사업에 실패했다.”
라는 사건이,
“나는 사업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다.”
라는 정체성으로 변하는 식이다.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 번째 문장은 특정 시기에 발생한 사건을 설명한다.
두 번째 문장은 한 번의 경험을 이용해 자신 전체를 규정한다.
따라서 과거를 바라볼 때는 표현을 바꿔보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나는 실패한 사람이다.”
대신,
“나는 그때 그 일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과거의 사건을 없애지는 않지만 사건과 자신의 존재 전체를 분리한다.
7. 현재의 나를 확인하는 세 가지 질문
과거와 현재를 분리하려면 과거만 분석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현재의 자신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모아야 한다.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일주일에 한 번 기록해 보자.
첫째, 과거와 다르게 행동한 순간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피했던 일을 지금은 시도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작은 변화도 기록한다.
둘째, 최근 새롭게 중요해진 가치는 무엇인가?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성취가 중요했지만 현재는 자유나 관계가 더 중요해졌을 수도 있다.
셋째, 지금의 내가 새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환경이나 능력 때문에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이 현재에는 가능할 수도 있다.
이 질문은 시선을 과거에서 현재의 선택 가능성으로 이동시킨다.
8. 과거의 나에게 편지를 써본다
조금 더 깊이 자기관찰을 하고 싶다면 과거의 자신에게 짧은 편지를 써볼 수 있다.
특정 시기의 자신을 떠올린다.
그리고 세 가지를 적는다.
그때 나는 무엇을 두려워했는가?
그때 나는 무엇을 지키려고 했는가?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무엇을 새롭게 알고 있는가?
여기서 목적은 과거를 미화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의 자신을 이해하면서 시간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9. 과거와 분리한다는 것은 과거를 버리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분리한다’는 표현을 과거를 잊거나 없애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과거는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경험이다.
실패에서 배운 것도 있고, 인간관계를 통해 형성된 기준도 있으며,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서 만들어진 능력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현재를 설명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는 참고자료가 될 수 있지만 현재의 모든 선택을 결정해야 하는 운명은 아니다.
10.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구별하는 5단계 연습
지금까지의 내용을 실제 자기관찰 방법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 오래된 자기 정의를 발견한다.
“나는 원래 ○○한 사람이다”라는 문장을 찾아본다.
2단계 — 그 생각이 만들어진 경험을 찾는다.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기록한다.
3단계 — 현재의 증거를 확인한다.
지금도 항상 같은 모습인지 살펴본다.
4단계 — 예외를 찾는다.
과거와 다르게 행동한 경험을 기록한다.
5단계 — 현재의 언어로 다시 정의한다.
“나는 원래 소심하다” 대신,
“나는 낯선 상황에서 긴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익숙해지면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처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문장은 자신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과거의 경험 하나로 자신 전체를 고정하지 않게 해준다.
진짜 나를 찾으려면 과거의 나에게서도 한 걸음 떨어져야 한다
우리는 흔히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무엇을 좋아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분명 자기 이해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과거의 모습만이 ‘진짜 나’라고 단정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사람은 경험하면서 변화하기 때문이다.
내면의 진아를 탐구한다는 것은 과거의 자신을 되찾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생각과 선택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이해하면서도 현재의 자신에게 새로운 선택의 가능성을 허용하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자신을 규정하려 할 때 이렇게 질문해 볼 수 있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그리고 한 번 더 질문한다.
“나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나를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 전체는 아니다.
진짜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은 과거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현실을 구별하고 오늘의 선택을 통해 계속해서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